“한 영역에서도 다양성이 중요, 나만의 장점을 살려라!”
EY한영 정시영 상무
두 아이의 엄마이자 글로벌 회계법인 EY한영의 여성 파트너(일반기업의 임원)로
활약하고 있는 정시영 상무를 만났다.
회계사로 커리어를 쌓으며 마주했던 즐거움과 고충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는 그 누구보다 특별했다.
01. 어린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치열한 대학입시를 경험했던 대부분의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학창시절 구체적인 꿈이 있는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어린 시절 스쳐 지나갔던 재미있는 꿈이 생각난다. 초등학생 때 뮤지컬 캣츠를 통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고 난 후, 어린 마음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전혀 다른 세상을 보는 듯 했고 아직도 그날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그때 아주 잠깐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소한 분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었던 것 같고 그 이후 나에게는 예술가적 기질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아 바로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02. 회계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입학 당시에는 회계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냥 주변 친구들이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세법개론’과 같은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는 게 뭔가 멋있어 보이기도 해서 진지한 고민 없이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의 선택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시험 준비기간은 목표가 있다는 설렘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했던 시간이었다. 그때는 합격하지 못하면 큰일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젊은 친구들에게는 무엇을 준비하든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있으니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너무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그 길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 젊음의 특권중의 하나이니까!
03. 친구 따라 시험을 준비했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 직업에 대해 만족하시나요?
회계사가 하는 업무는 매우 다양하다. 주요한 업무인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세무자문, 다양한 분야의 기업 컨설팅, M&A 자문 등 시간이 갈수록, 사회가 발전할수록 서비스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얼핏 봐선 전부 비슷해 보이지만 업무 또는 직급에 따라 요구되는 자질이 다양하다. 나는 세무자문 업무를 맡고 있는데 내 적성과 잘 맞는다. 업무자체가 조세와 관련된 ‘법’을 다루는 분야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읽고 쓰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도움이 된다.
또한 좋은 기업을 일구어낸 훌륭한 경영인, 그리고 그러한 조직의 구성원들과 만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직업이다. 유명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차고지에서 탄생한 위대한 기업인 구글이 초장기부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EY가 함께 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단한 사례는 아닐지라도 나 역시 소소하게 함께 일하며 도와주었던 분들이 의사결정자가 되고, 그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접할 때 보람을 느낀다. 비록 일의 강도가 세고 시간적으로 쫒기는 어려움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04. 같은 회계사라도 각 분야마다 갖춰야 할 자질이 모두 다르다고 하셨는데,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역량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외부적으로는 기업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전문가로서의 업무능력은 당연히 갖추어야 하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동일한 결과일지라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느냐가 고객만족을 좌우한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따라서 끊임없이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민한 후에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자질인 것 같다.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팀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팀원들과 업무뿐 아니라 업무 외적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훌륭한 성과가 나올 수 있다.
05. 상무님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들어보고 싶네요. 상무님 어떤 리더인가요?
내 리더십을 내가 얘기하기는 쉽지 않고 팀원들에게 듣는 것이 정확하지 않겠는가 (웃음). 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의식적으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스스로 주어진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리더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회계법인은 특히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구성원이 모두 동일한 목표를 가질 수는 없다. 따라서 조직이 원하는 목표를 무조건 요구하기 보다는 조직의 목표가 어떤 방식으로 개개인에 맞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목표가 상충할 경우 조정해 주고 조언해 줄 수 있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원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도 조직을 위해 기여하고 동시에 조직도 나를 위하여 기여할 수 있는 것이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06.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이자, 글로벌 기업인 EY한영에 입사하고
상무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상무님만의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최근에 어느 기업가분이 ‘작은 성공이 큰 성공을 이루게 한다’는 말로 직원들을 동기부여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돌이켜보면 나도 회계법인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파트너(일반기업의 임원)의 자리에 올라야겠다는 목표로 달려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작은 일이라도 내게 일을 맡겨준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자 노력했고, 그러한 경험들이 모여서 더 큰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어느덧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기에 ‘특별한’ 역량이라고 얘기하기에는 평범하지만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역량을 넘어 항상 격려해 주고 지원해 주는 좋은 리더 분들 그리고 가족들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런 점에서 감사하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07. 급속도로 변하는 비즈니스 및 조세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이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내가 맡고 있는 세무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방대한 전문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기업 자체에서도 높은 수준의 세무지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예전과 같은 단순한 세무지식만으로는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이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 및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전문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공부는 필수이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08. 커리어를 쌓으며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회계법인이 어떻게 보면 전통적으로는 보수적인 조직에 속하기 때문에 여성이 다니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으나 나는 유리천장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특히 우리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추구하고 또 지키고자 하는 몇 가지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Diversity & Inclusiveness’ 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은 여성, 소수민족, 종교 등 다양한데 한국에서는 ‘여성’을 위한 지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회계법인이 일의 강도가 높고 업무시간이 불규칙하여 특히 결혼한 여성들이 견디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으나, 힘든 시기를 견딘다면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회사만 해도 여성 파트너를 키우기 위해 많은 지원과 격려를 하고 있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역시 장단점이 존재한다. 아직도 고객들은 여자가 리더라고 하면 신기하게 생각하고 때로는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여성의 꼼꼼함과 유연한 대화 기술이 남성보다 강점으로 적용할 때도 있고 그렇게 신뢰가 쌓이다 보면 오히려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고객의 성향과도 관계가 있는데 조직에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은 동료들끼리 서로의 약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큰 불편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09.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나 같은 경우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Work & Balance가 가장 어렵다. 특히, 나는 세무관련 컨설팅 업무를 주로 하기 때문에 업무시간이 일정치 않고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이들이 아직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나이라서 시간에 쫒기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필수가 된 현실과 사회가 점점 발전한다는 가정하에 생각해보면 지금 나의 노력이 내 딸의 시대에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소박한 소망을 품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행복하게 일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스스로의 발란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풀어가야 할 과제인 것 같다.
10.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차세대 리더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기 위하여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나는 그렇기 못했기에 더 열망이 클 수도 있겠으나, 이제 비즈니스 세계는 거의 하나가 되어 가고 있고 그에 걸맞게 유연하고도 폭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 리더의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외에 나가서 세상을 경험하고 부딪치고 배워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단지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움을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에 쓰고자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훌륭한 토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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