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생갈렌 심포지엄 Leaders of Tomorrow 참가자 후기 - 이화여대 경영학과 홍서진



 

 

생갈렌 심포지움을 다녀온 지 어느덧 한달 가량이 흘렀다. 출근을 하고 공부를 하는 일상으로 다시 복귀했지만, 생갈렌 심포지움에서 얻었던 에너지와 영감은 아직 생생하다. 생갈렌 심포지움에서는 아무도 ‘그건 불가능해’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모두가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모든 사람이 자본의 의미와 혁신에 대해서 논하던 정말이지 꿈 같은 시간이었다.

 

우선, 강연과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며 심포지움의 주제였던 “Capital for Purpose”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값진 수확이었다. 막연히 자본 자체만을 추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임팩트 투자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에 금융업에서 일하며 옳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인턴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옳은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왜 금융권에서 일하고 싶냐,” “네가 원하는 일을 하려면 금융권은 아닌 것 같다” 등의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너무 이상만을 쫓고 있는 것인지, 이 꿈이 정말 실현 불가능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이런 혼란 속에서, St. Gallen Symposium에서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기대와 걱정을 안고 스위스로 향했다.

 

놀랍게도 St. Gallen Symposium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생각에 그쳐 있던 나와 달리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때문에 Morgan Stanley의 Chief Marketing Officer이자 Chief of Sustainability Officer로 재직하고 있는 Audrey Choi와 BlueOrchard Finance의 Chief Investment Officer인 Maria Teresa Zappia가 Panel Talk에서 지속가능한 금융, 임팩트 투자에 종사하는 현직자로써 한 말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Maria Teresa Zappia는 임팩트 투자에 대해서 항상 나오는 ‘그래서 수익이 나는지’, ‘투자자들이 임팩트 투자를 원하는지’에 관련한 우려를 실제 자신의 경험과 연관 지어 설명해주었다. 임팩트 투자를 하나도 모르는 투자자를 만나 이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그 일련의 과정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그녀는 생각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자금이 돈을 투자하면서 그것이 사회에 옳은 방향으로 쓰인다는 효능감을 가지길 원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녀가 “Wealth without value is only money“라는 말을 했듯이 나도 돈이 단순한 화폐가 아닌 의미를 가진 수단으로서 사용될 수 있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강연자들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참가자들인 Leaders of Tomorrow 중에서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임팩트 투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임팩트 투자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 지 고민하게 되었다. St. Gallen Symposium을 통해서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절대 지나친 이상주의가 아니라는 용기를 얻었을 수 있었다.



또한 기억에 남는 것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Linda Hill”과 함께한 Leaders of Tomorrow Talk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매우 이른 시간에 열려, 참석하려면 숙소에서 여섯 시 즈음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참석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그러나 끝나고 나서는 모두가 눈을 반짝이면서 이 대화가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바빴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10명 남짓 되는 인원이 둘러앉아 Linda Hill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이제까지 대규모의 강연만 듣다가 연사와 소규모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특히 의미 있었다. 

 

Linda Hill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처음 주니어 단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문제가 된다고 말하며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아쉬웠던 부분이었는데, 이 분야에서 저명한 분이 이런 태도를 특히 비판하는 것을 듣고 나니 나의 태도를 바꾸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었다. 또한 네트워킹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나는 네트워킹을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며, 가능한 피하려고 해왔었다. 그러나 Linda Hill은 네트워킹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네트워킹 역시도 하나의 능력이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직에서 일할 때는 비슷한 또래집단(peer group)과의 네트워킹이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공적인 자리에서 일할 때나 인턴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이 말 역시도 기억에 많이 남았다.



 

 



 

 

 

 

개인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관심 있는 분야라 Linda Hill에게 여성의 리더십이 남성과 어떤 다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프레이밍 된 단어인지 질문했다. Linda Hill은 우선 여성은 언제나 남성에 비해서 사회적 약자였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리더십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여성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성의 리더십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하며 여성 리더십 분야를 집중 연구하는 학자들 몇 명을 언급하며 책을 추천해 주셨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나도 여성 리더십에 대한 나만의 견해를 정립하고 연구에 등장하는 여성 리더들을 통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Purpose of Capital”이라는 주제는 굉장히 방대하고 사회의 다양한 주제들과 연관되어 있기에 심포지움에 다녀왔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자본이 어떤 목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대신 St. Gallen Symposium을 통해서 기존의 고민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보면서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동력을 얻었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St. Gallen Symposium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나의 분야에서 성공하여 “Leaders of Tomorrow”가 아닌 “Leaders of Today”로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끝으로, 의미 있는 가치에 대해서 논하며 더 큰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던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준 성주재단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홍서진 

(London School of Economics, Finance & Private Equity 석사 예정)